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서천갯벌의 문화적 가치
김 억 수 (사)서천생태문화학교 상임이사
2021.7.26.일은 서천의 역사적인 날이다. 서천갯벌을 포함한 한국갯벌(신안, 보성, 고창, 순천)이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기 때문이다. 반갑고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반가운 일이 분명함에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금강하구 갯벌은 일제강점기, 그리고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많은 면적이 사라졌다. 그리고 금강하구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하구河口의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서천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사건이고, 서천갯벌 보전에 대한 지역과 국가 정책 방향을 고민하게 한다. 세계자연유산 지위에 걸맞은 정책들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금강하구 생태계를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상태로 놔둘 것인가가 정책적으로 중요한 의제가 될 수밖에 없다.
서천갯벌이 건강성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금강하구가 열려야 한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야 한다. 그래야 갯벌이 숨을 쉬고, 황복, 참게, 뱀장어, 웅어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 밀물과 썰물에 의해 자연스럽게 갯벌이 형성되고 그 갯벌에서 다양한 생물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강하구 생태계 회복 노력만큼 중요한 것이 문화다양성 회복이다. 서천갯벌에는 수많은 생물이 살아왔고, 주민들은 주어진 자연환경을 이용해 삶을 유지해 왔다. 자연(생물)과 관련된 주민들의 어업방식, 그 과정에 형성된 전통생태지식, 언어 등은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 왔다.
어살(漁箭)의 경우 서천지역 어업 유산에서 매우 중요하다. 국가에서도 어살의 문화적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해서 2019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서천 연안 에 어살과 독살이 만들어 이용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서면 지역의 어살과 독살, 쌍도 독살, 장포리 독살, 장구만과 눈들 어살, 죽산리 독살, 아소래섬 어살 등 전통어업의 흔적과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
이는 주민들이 바다와 갯벌을 어떻게 이용하며 살아왔는지 알 수 있으며, 주민들의 생활사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그리고 그 문화유산은 지역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현재와 미래에도 유효하다. 그러나 지금은 ‘살’을 운영했거나 매던 분들은 거의 돌아가셨다. 그리고 어릴 적 ‘살’에 대한 경험과 기억을 갖고 있던 분들도 대부분 연세가 많다. 따라서 하루빨리 그분들의 경험과 기억을 기록해서 우리 지역의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