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모이는 공주 오일장

– 공주산성시장 –

 

공주문화원 정지은

 

몸을 부르르 떨게 만드는, 매섭기만한 차가운 바람이 내 몸에 꽉꽉 들어찼다. 이렇게 추운 겨울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간식이 있다. 바로 겨울 간식계의 쌍두마차인 붕어빵과 호떡. 추위로 볼과 코가 빨개진 문화원 식구들을 녹여줄 붕어빵을 구하러 문화원 근처에 있는 공주산성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주장날은 오일장으로 숫자 1과 6이 들어가는 날, 즉 닷새마다이다. 백화점이 없는 공주는 한 공간에서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곤 마트와 재래시장뿐이다. 마트는 어느 때고 쉽게 갈 수 있어 편리하지만 대형마트에서 볼 수 없고 누릴 수 없는 것들, 덤과 에누리 그리고 정이 이곳에 차고 넘친다.

시장에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상인들의 “싸게 드립니다”, “보세요” 라고 외치는 기세등등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시끌벅적하다. 아이들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단골마냥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정겨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인심 좋은 말들이 오간다. 왠지 모르게 이 소란스러움이 정겹고 좋다.

산성시장은 공주에서 유일한 전통시장으로 1937년에 개설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시장이라고 한다. 특히나 육로보다는 수운에 힘입어 금강 물길을 따라 물화교역이 이루어지던 조선시대부터 유래된 공주장은 공주포구를 통해 뱃길로는 충청의 동부, 육로로는 충청의 북부까지 상권이 미쳤던 큰 장이였으며 한때 경상도 대구, 강원도 원주와 더불어 호남의 약령상권을 쥐락펴락했던 약령시장이기도 했던 공주 전통 오일장의 맥을 지금까지도 잇고 있는 시장이다.

 

 

공주산성시장은 노점을 포함해 약 370여 개의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대로변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시장 골목이 형성되어 크게 5구획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를 산성시장 1길~5길로 부른다. 또한 시장 안뿐만 아니라 시장 밖에도 노점상이 많이 세워져 살 것이 없어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정말 이곳은 없는 게 없다. 시장 안을 헤집고 다녀보면 ‘지금도 이런 게 남아있었나?’ 싶은 오래된 물건들도 있고, ‘이런 게 여기 있다니’ 싶은 의외의 것들도 있다. 고급스런 아이템은 아니어도, 장바구니 가득 추억 한보따리를 담아올 수 있다.

시장 안 표지판에서는 웅진로, 무령로 등 백제와 만날 수 있다. 백제의 옛 수도였던 웅진이 지금 공주산성시장 안을 걷다보면 문득문득 백제와 마주치게 된다. 시장 곳곳에는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물을 본떠 점포마다 붙여놨는데 가게 홍보 문구나 좋은 글귀 등이 적혀있으니 가게마다 어떤 글이 있나 읽는 재미도 있다.

요즘은 딸기가 제철이라 가판대마다 잘 익은 딸기가 가득하다. 끝물을 맞은 귤과 석류, 사과도 한쪽에 보인다. 콩나물이나 버섯이라도 한 봉지 사면 비닐봉지가 터질 정도로 채워주시는 할머니의 인심덕에 시장에는 훈기가 돈다.

방앗간 주위로는 직접 짜낸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가득하고, 곡류도 여럿이다. 바다에서 온 오징어를 비롯한 싱싱한 생선들도 가득하고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는 볼거리다.

장 구경을 하다보면 무조건 배가 고프다. 분명 점심을 든든히 먹고 왔지만 산성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후각적 자극에 공격당해 항복하기가 일쑤다. 하지만 항복과 동시에 다양한 먹거리 때문에 본격적인 고민이 그때부터 시작된다.

시장 곳곳에서 팔고 있는 뻥튀기와 닭강정, 아이들이 줄지어서 기다리는 두툼하고 고소하다는 간식집의 떡볶이와 잡채만두는 나오기가 무섭게 동이 난다. 시장은 음식이 맛있기도 맛있지만 역시 저렴한 가격에 깜짝 놀라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추위에 덜덜 떨고 있었는데 손에 따뜻한 붕어빵 하나 들렸다고 금세 추위를 잊게 된다. 그 자리에서 만들어주신 따뜻한 붕어빵 안에는 국장님이 좋아하시는 팥 앙금, 내가 좋아하는 슈크림이 가득가득 들어있어 붕어빵을 뚫고 튀어나올 정도였다.

시장 인근에는 시내버스 공용터미널이 있어, 계룡산, 동학사, 갑사, 신원사, 마곡사 등을 연계한 문화관광형시장의 이점도 누릴 수 있다.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산성시장에서만큼은 두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구매자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후회 없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풍성해지는 산성시장 나들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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